2012년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세르비아 유망주를 영입했다. 그 유망주가 바로 나스타시치다. 당시 그의 나이 19세. 유망주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나이대였다. 그를 영입하는 데에 1200만 파운드(사비치 이적 포함)가 들여 과연 어떤 선수인지 수많은 맨시티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의 이력을 간단히 살펴보면, 15살에 파티잔에서 유소년 생활을 시작하면서 프로 선수 꿈을 키워나갔다. 파티잔에서 괜찮은 유망주로 평가를 받았으며, 17살이 되자 텔레오피티크에 임대 생활을 보내면서 본격적인 프로 무대를 밟았다. 어린 나이임에도 무려 21경기를 소화했는데 이때 경기 경험이 그의 기량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다. 

정작 친정팀인 파티잔에선 데뷔 무대를 가져보진 못했지만 그의 잠재성에 매료된 세리에A의 피오렌티나가 영입하여 파티잔을 벗어나 더 넓은 축구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당시 피오렌티나 감독이 미하일로비치였는데, 그를 영입하고선 일찍이 리그 2라운드 볼로냐전에 데뷔전을 갖게했다. 시즌 도중 감독이 바뀌었는데도 꾸준히 선발 출장한 것을 보면, 나이가 어린 것은 그저 숫자가 낮은 걸 의미할뿐 수비수로서의 임무 수행 능력은 성인 못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게 11/12시즌 피오렌티나에서 경험을 쌓고있는 무렵, 맨시티는 리그 우승을 일궈내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당시 만치니 감독은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콤파니,레스콧 등 주전수비수를 백업해줄 선수를 필요로 했다. 선수단에 사비치가 있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선수 본인이 영국 생활에 적응을 못해서 이적하기를 희망했다. 사비치가 맡았던 백업에 적합한 선수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나스타시치가 눈에 들어와 마침내 영입하기에 이르렀다. 이적료를 포함해 사비치와 맞트레이드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 둘은 성인 무대를 밟기 전 이미 파티잔에서 잠시 동안 동료로 지낸 사이였는데, 그때는 사비치에 대한 장래 평가가 훨씬 좋았었지만 시간이 점차 흐르면서 환경 적응력 차이가 그들의 유니폼 색깔을 바꿔놓았다.

동유럽계 출신인 콜라로프의 도움으로 팀 적응에 어려움이 없었다. 만치니의 강도 높은 훈련을 받으며 콤파니와의 호흡을 맞추는 데 집중했다. 놀랍게도 레알마드리드전(챔피언스리그 조별 1차전 원정)에 선발 명단에 올라 깜짝 데뷔전을 가졌다. 팀이 3-2로 역전패를 당했지만 그 누구도 그의 데뷔전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데뷔전임에도 꽤 좋은 기량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차차 콤파니의 파트너로서 레스콧을 밀어내고 주전 자리를 꿰찰 거란 기대감을 팬들에게 안겨줬다. 첼시와의 리그 13라운드(0-0무)에선 '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될 정도로 날이 갈수록 팀의 수비에 안정감을 더해줬다.  

그는 톱니바퀴처럼 하나로 움직여지는 만치니식의 수비조직력 강화 훈련을 받으며, 전방의 미드필더들의 움직임에 따라 콤파니와 안정적인 수비호흡을 펼쳤다. 중앙수비수의 일원이지만 개인적인 역할로는 커버링은 물론이고 최후방에서 볼 간수를 하면서 재빨리 공을 처리하거나 동료 선수에게 볼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안정적인 빌드업을 수행하는 임무였는데, 수비수치곤 패싱력이 준수한 편이라서 다소 볼을 거칠게 차는 콤파니가 할 수 없는 역할을 대신 행한 것이다. 이런 역할은 레스콧에게도 어울리지가 않았다. 맨시티 유니폼을 입고선 만치니 감독이 경질되기 전까지 한 시즌 동안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는데, 그의 나이 19살이었다는 걸 감안해보면 정말 대단한 거였다. 맨시티는 최고가 될 만한 수비수 유망주를 보유한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는 간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12/13시즌이 끝나고나서 6월 말쯤 발목 부상을 입었다. 다행히 8월 중순에 회복했지만, 그 사이에 팀은 펠레그리니 감독으로 감독 교체가 이루어졌다.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데 새 감독과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제대로 눈도장을 찍기 어려웠다. 하지만 13/14시즌 개막전에서 콤파니가 부상으로 당한 바람에 한동안 레스콧(또는 가르시아)과 중앙수비 짝을 이루며 출장했다. 그러던 중 11월에 종아리 부상으로 약 한 달 간 팀전력에서 제외됐고, 부상 복귀 후 이듬해 2월에는 4월 말까지 시즌 아웃이나 다름없는 심각한 무릎 부상을 당하는 불운까지 따랐다.

펠레그리니 감독이 데뷔 첫 시즌에서 리그컵과 정규리그를 우승하는 등 좋은 성적을 냈지만, 두 가지 문제를 놓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고민이 나스타시치의 발목을 잡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수비에 안정감을 주면서 공격에 치중하는 것' , '공격에 치중하면서 상대 역습을 저지하는 것' 

펠레그리니 체제에서 맨시티의 실점은 위의 두 가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게끔 반복적으로 말도 안되는 장면이 연출됐다. 따라서 수비적인 능력은 기본이고, 추가적으로 움직임이 민첩하며 발이 빠른 수비수를 원하게 된다. 여기에 부합하는 선수로 망갈라를 점찍는다. 이 선수가 중앙수비수이지만 풀백 출신답게 발이 굉장히 빠르고 커버링도 좋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거액을 들여서라도 영입한 이유다. 

감독은 망갈라가 합류하자 수비수에게 좀 더 자유도를 주었다. 콤파니와 망갈라는 서로의 능력을 믿으며 자신의 기량을 펼치는 플레이를 하게 됐다. 그래서 콤파니든 망갈라든 자신이 판단을 내려 활동 범위에 벗어나 공을 차단하려는 움직임이 부쩍 많아진 것이다. 상대 공격을 일찍 끊어서 빠른 역습을 노린다는 공격지향적인 수비 작전인데, 다른 한 명의 동료 수비수가 커버를 제대로 못해주면 상대에게 바로 뒷공간을 내준다는 약점이 있다.

수비조직력을 만드는 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로는 선수의 개인 능력을 최대한 살려서 수비력을 완성해가는 '능력형'이고, 두번째로는 선수의 개인 능력을 제한하여 동료의 움직임을 살피고 동료의 단점을 보완하는 '협력형'이 있는데 펠레그리니 감독의 성향은 전자에 속하고 만치니는 후자에 속한다. 이러한 두 가지 스타일은 감독들의 취향에 결정되므로 어느 쪽이 좋다 나쁘다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한가지 성향만 고집하는 건 아니다. 수비수 조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콤파니+망갈라=능력형 수비구축, 콤파니+데미첼리스(나스타시치)=협력형 수비방식으로 경기를 펼쳐나간다. 오늘 맨유전에선 팀워크를 중시한 '협력형' 수비 구성이었다.

펠레그리니의 수비 관점에서 보면 나스타시치는 '능력형'에 적합하지 않다. 필요하면 자신의 포지션에 벗어나 재빨리 공을 뺏고 이 과정에서 실패하면 신속히 자신의 위치로 돌아와야 할 만큼 움직임이 민첩하거나 빠르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에 '협력형'에 부합한 팀워크에서 빛을 발하는 수비수다. 

'능력형' 위주로 수비진을 구성할 땐 망갈라가 1선발이 되는 건 당연하다고 필자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협력형'엔 나스타시치가 데미첼리스와 경쟁을 벌이는 관계이지만, 아무래도 감독과 데미첼리스가 말라가에서부터 동고동락한 그 세월에서 나오는 상호 신뢰의 벽이 생각보다 두터운 것 같다.

하지만 나스타시치는 조급할 거 없다. 이제 나이가 21살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감독도 그를 적극적으로 이적시킬 의사가 없어 보인다. 큰 부상을 당한 경험이 있었고, 경쟁자인 데미첼리스는 나이 때문에 이번시즌을 끝으로 그라운드를 밟는 기회가 적어진다, 수비수들의 줄부상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다음 시즌부터 '협력형' 자리에 반드시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C'mon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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