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시티]


각 클럽마다 유소년 팀이 있다. 어린 선수들이 프로 선수로 성장할 수 있게끔 가르친다. 발전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가 있으면 1군팀에 합류시키거나 타팀에 임대를 보내지만, 더 이상 팀에 도움이 되지 않다고 보여지면 최악의 경우엔 무적 방출된다. 그들은 재능도 중요하지만 엄청난 노력을 해야만 1군팀 선수로서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다. 아무리 꼴찌팀일지라도 선발 명단에 포함된다는 건 프로 선수를 꿈꾸는 어린 선수들에겐 그들이 존경의 대상일 것이다. 훈련병이 이등병을 우러러 보는 것처럼 말이다. 

유망주의 중요성은 모든 클럽들이 인지하지만, 유독 자본이 유입되는 곳은 유망주 정책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돈이 따르는 만큼 성과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재정이 좋지 못한 팀들은 선수 영입을 입맛대로 할 수 없어서 하는 수 없이 유망주 키우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데, 꾸준히 출장 경험을 주다보니 어느샌가 빅클럽들이 탐낼만큼 좋은 선수로 발전하는 경우가 생긴다.

재정적 페어플레이(FFP)룰 덕분에 빅클럽들이 예전보다 어린 선수에게 관심을 더 가질 수밖에 없게 됐고, 맨시티도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서 몇 년 전부터 재능있는 어린 유망주들을 일찍이 유소년 팀에 입단시키 데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론 앞으로 그들이 팀에 남을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펠레그리니 감독은 감독 이상의 권한을 조금씩 행사했던 만치니와 달리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만을 행사하려는 안정주의적인 자세로 팀을 관리한다. 유망주 활용에 대해선 만치니가 훨씬 과감하고 적극적이었다.

펠레그리니가 맨시티 감독으로 부임할 때 '유망주 육성에 힘쓰겠다'는 계획이 아직도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아서 실망하는 팬들이 생기고 있다. 그 스스로 유망주 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알겠지만, 지금은 유망주를 신경 쓸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자신의 이력 관리에 관심이 많고, 클럽에 트로피 같은 성과를 내놓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경영진의 눈치를 살살 보는 인상을 준다. 부임한 지난시즌부터 리그컵 경기에 주로 주전선수로 구성한 걸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어린선수들이 성인무대를 부담없이 밟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리그컵 경기다. 리그컵은 비중이 낮은 대회이기 때문에 어린 유망주들의 프로 데뷔 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생일 기념으로 프로 데뷔를 시켜주기도 한다. 이건 스쿼드가 두터운 강팀들 사이에서 무언의 약속처럼 돼 버린지 오래인데, 이렇듯 리그컵이 다소 편안한 성격의 대회다. 

타팀에 임대라도 가지 못하면, 일년 동안 공식적인 성인 무대에 나설 기회가 좀처럼 쉽게 오지 않는다. 이렇게 일년에 한번 찾아오는 기회를 이번시즌엔 박탈당했다. 프로 데뷔전을 가져 기량을 뽐내고 싶어하는 유망주들을 이번시즌 리그컵 경기에 충분히 기회를 얻지 못했으니 그들이 감독과 팀에 대해 얼마나 실망이 컸을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첼시의 유망주 관리 실패를 교훈삼아 동일한 실수를 해선 안된다. 첼시는 구단주가 지나칠 정도로 성과를 중시하기 때문에 그간 거쳐온 감독들이 유망주를 제대로 활용할 수가 없었다. 팀의 성적을 우선순위에 두어 유망주를 살필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첼시의 전철을 맨시티가 밟는 중인데, 이제부터라도 주의해야 한다. 

자꾸만 유망주를 등한시한다면 맨시티 유소년 팀에 입단을 준비하는 어린 선수들이 과연 이 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될까? '축구 환경 조건이 잘 갖춰졌으니 여기서 축구를 배워 나중에 다른 팀에 이적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가지지 않을까. 어린 선수들이 클럽에 대한 충성심이 없어지면 그 클럽 정체성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이기는 경기에 한해서 적극 교체 기용하여 유망주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일부러라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기회를 못 줘 다른 팀에 '죽 쑤어 개 좋은 일'을 할까 걱정이다.


C'mon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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