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시티]



2012년 여름이 끝날 무렵 9월에 시티의 상위 보드진이 교체됐다. 바르셀로나의 황금기를 열었던 페란과 치키가 바로 그들이다. 바르셀로나에 버금가는 클럽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가장 먼저 행한 일이 감독 교체였다. 당시 팀을 이끈 감독은 현재 인터밀란을 이끌고 있는 로베르토 만치니였는데, 페란과 치키가 구상하는 시티의 미래 감독은 과르디올라였다. 보드진은 인터뷰를 통해 공공연히 과르디올라를 감독직에 앉히겠다고 밝혔을 정도로 관심과 사랑이 남달랐는데, 바르셀로나에서 함께 보드진과 감독이란 관계를 맺으며 손발을 맞춰본 좋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르디올라에 대한 지나친 사랑은 결국 시티를 퇴보하게 만든 원인이 되었다. 만치니를 경질하고 페예그리니를 감독으로 선임한 것이다. 사실 팀의 단계적 목표를 기대 이상으로 달성해 나가는 만치니에게 경질이란 것은 불합리한 처벌이었다. 2012/13시즌 반복된 챔스부진과 리그 2위임에도 리그 우승하지 못한 것 그리고 FA컵 결승전에서 패했다는 명분으로 가차없이 경질했다. 이것은 어쩌면 만치니의 힘이 세질 것을 우려한 발빠른 조치였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페예그리니를 감독에 앉힌 것은 장기적인 플랜이 아니라 과르디올라를 선임하기 전까지, 한마디로 땜빵이 필요해 데려온 것이다. 페예그리니 자신도 그렇다는 것을 알고선 시티에 넘어왔다. 페예그리니는 시티를 맡기 직전 말라가를 챔스 8강에 진출시키는 등 감독으로서 좋은 성적을 거뒀었다. 

보드진이 땜빵용으로 페예그리니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챔스였다. 챔스부진이란 명분으로 만치니를 경질했기 때문에 이 명분이 합당했다는 역명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승을 밥 먹듯이 할 만큼 굉장한 명장이면 안 되었다. 또한 강팀을 꾸준히 강팀으로서 유지시킬 줄 아는 내실형 명장이어서도 안 되었다. 이 두 가지가 충족되는 감독이면 과르디올라를 데려 올 수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보드진은 과르디올라를 넘을 수 없는, 적당히 기복을 타고 안정감이 부족한 페예그리니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어찌보면 페예그리니는 페란과 치키의 음흉한 계획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겠지만, 자신이 선택받은 이유를 충분히 알고서 시티 감독직을 수락했기 때문에 굳이 또 피해자라고 볼 수도 없다. 페예그리니는 시티가 자신의 감독 커리어 마지막 팀으로 생각하며 말라가를 박차고 시티 지휘봉을 잡았다.

페예그리니의 축구에 대해 흔히 '전술적 유연함'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전술적 유연함'은 모든 감독들에게 해당되는 말로서, 특히 리그 빅4의 벽을 넘기 위해 도전하는 중상위권 팀들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축구전문가나 팬들이 그런 팀을 맡는 감독에게 전술적으로 유연하다라는 말을 자주 던진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상위권 팀을 이끄는 감독은 자신의 팀이 경기에서 꾸준히 이기는 전력은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매 경기마다 실점 위험이 있더라도 공격적인 축구를 통해 승점을 따내는 것이 우선이므로 경기 중 선수교체나 부분전술에서 더욱 공격에 치중하려는 특징이 있다. 이와 같은 축구가 통하기라도 하면 팬들은 즐거워하지만, 시티처럼 리그 정상급에 위치한 우승후보팀에겐 결코 어울리지 않는다.

페예그리니가 시티에서 가장 먼저 변화를 준 것은 역시나 공격이었다. 변화라기 보다는 이 부분을 보강하면서 수비에 대한 무게가 줄어들었는데, 시티 감독 부임 초기에 '한 골 먹히면 두 골을 넣겠다'는 식의 인터뷰를 했었던 만큼 공격만을 강조했다. 여기서 바로잡고 넘어갈 게 있다. 페예그리니는 남미 출신답게 수비에 정통한 전술가가 아니고 명장도 아니다. 수비를 탄탄하게 만드는 감독에겐 전술이 유연하다라고 부르지 않고 전술가라고 부른다. 전술은 근본적으로 수비에서 비롯되며 전술의 완성도는 수비의 완성도다. 따라서 축구판에서 페예그리니에게 전술가라고 부르지 않고 'Charming(매력적)'이라고 불러주는데, 이 '매력적'이란 말은 중상위권 팀을 맡는 감독이나 강등권 후보로 예상된 팀을 중위권으로 올려놓은 감독에게 붙여주는 아주 흔한 말이다. 일례로 모예스가 에버튼 시절에 자주 들은 말이었다.

결국 페예그리니는 시티를 중상위권 팀들이 추구하는 축구 스타일로 바꿔놓았다. 만치니의 작품인 탄탄한 수비조직력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경기가 거듭될수록 수비라인이 붕괴돼 어처구니없는 장면에서의 실점이 부쩍 많아졌다. 팬들은 화끈한 득점에 페예그리니를 좋아했지만 이것은 그저 공격적인 축구에 눈이 즐거운 눈속임에 불과하다. 팬들은 그저 눈이 즐거우니 가장 근본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을 꿰뚫지 못한 것이다.

페예그리니는 덕장이 아니다. 성격이 온순하고 선수들과 마찰이 없다는 이유로 덕장이라고 부르는 팬들이 있는데, 이건 정말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스포츠 감독에게 덕장이란 수식어를 붙혀주려면 최소한 감독이 선수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해주거나 평등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러한 덕목을 페예그리니가 확실히 갖추지 않았으며, 오히려 선수 차별이 심한 편에 속한다. 눈밖에 난 선수에겐 좀처럼 기회를 안 주고 기량이 떨어짐에도 개인적인 친분이 있거나 과거에 서로 좋은 기억이 있는 선수를 중용하는 편협한 인물이다.  

또한 선수관리에도 상당히 문제가 있다. 우승후보 팀을 이끌려면 각종 대회 우승을 목표로 장기적인 플랜을 세워서 항상 선수단을 점검하며 관리해야 하지만 이러한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본래 페예그리니가 중상위권 팀에 최적화된 감독이다보니 우승후보팀을 이끌만한 노하우가 없고 경험 역시 부족하다. 당장의 성적에만 급급한 중상위권 팀 운영 방식을 고수했으며 선수관리에서도 융통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팀의 핵심선수가 부상이나 징계같은 이유로 전력에서 빠지게 되면 엄청난 타격을 받는다. 물론 어느 팀이나 핵심선수에 대한 의존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그 공백으로 인해 나타는 약점을 최소화시키는 건 감독의 능력과 판단에 달린 일이다.

시티에서 일궈낸 업적은 칭찬할만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시티에 부임한 데뷔시즌에 정규리그와 리그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고 3년차인 이번시즌에도 리그컵을 차지했는데, 정규리그 우승한 2013/14시즌 기존의 첼시와 맨유 같은 우승후보 라이벌팀들이 과도기를 겪는 중이었으므로 마땅한 적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뜻밖의 복병이었던 리버풀과 접전을 벌인 끝에 간신히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리그컵은 3년 사이 두 번 우승을 차지했지만 리그컵 우승은 당연히 시티의 몫일 수밖에 없었다. 리그컵은 매년 폐지 논란이 있을 정도로 잉글랜드에서 가장 비중이 적은 있으나마나한 대회다. 이렇듯 대회 비중이 적다보니 각 팀 감독들은 어린선수들에게 1군 데뷔 기회를 주거나 비주전 선수들을 출전시킨다. 1.5군이나 1.8군 정도의 2군에 가까운 선수구성으로 라인업을 짜는 것이 일반적인데, 페예그리니는 평상시처럼 줄곧 베스트 1군에 가까운 라인업으로 리그컵을 임했다. 당연히 다른 라이벌팀들에 비해 경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었고 결국 두 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리그컵에서 뛰기를 기대한 어린선수들의 꿈과 희망을 짓밟아 팀에 대한 애정을 식게 만들었으며, 빡빡한 일정으로 인해 주전들의 체력이 금방 소모되는 등 상당한 부작용을 낳았다.






최근 리그 5경기에서 2승 1무 2패 6득점 8실점, 승점 7점만 따냈다. 최대 승점 15점을 딸 수 있는 걸 절반만 획득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개막전부터 리그5라운드까지 무실점 승리를 거둬 강력한 리그 우승 후보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챔피언스리그 일정이 시작되고나서부터 계속 불안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문제점은 실점률이 높아졌다는 것인데, 챔피언스리그 1차전이었던 유벤투스와의 경기에서 시즌 첫 실점을 시작으로 이후 7경기 연속 실점했다. 시즌 첫 실점한 유벤투스전부터 어제 스완지전까지 모든 대회 포함 20경 중 두 경기(무승부)만 무실점이다. 웃픈일이다.



콤파니의 부재.. 중앙수비수 조합 실패
리그1~5라운드까지 무실점 승리를 거뒀을 때 중앙수비수는 콤파니-망갈라 조합이었다. 둘의 조합 장점은 우수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한 육탄방어인데, 콤파니의 지휘 아래 망갈라가 잘 따랐기 때문에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에서 압박 또는 태클 등의 개인능력이 빛을 발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챔피언스리그 1차전 유벤투스와의 경기에서 콤파니가 부상을 입자 수비에 적신호가 켜졌다. 콤파니의 빈자리에 오타멘디가 들어가면서 수비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500억원을 들여 오타멘디를 영입한 펠레그리니 감독은 그가 팀에 완벽하게 적응하기 전까지 출전시키지 않겠다며 약 한 달 가까이 아끼고 아꼈을 정도로 충분한 준비 시간을 제공했었다. 이렇듯 감독의 특별한 사랑을 받은 오타멘디가 유벤투스전 후반전에 교체출전해서 다소 불안한 수비를 선보여 유쾌하지 못한 데뷔전을 치렀다. 이것은 시티의 수비불안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던 셈이다. 오타멘디,데미첼리스는 콤파니가 부상에서 회복할 때까지 수비진의 축이 되어 망갈라와 발을 맞췄지만, 오타멘디-망갈라, 오타멘디-데미첼리스, 데미첼리스-망갈라 등 어떤 식으로 조합하든 수비안정은 없었다. 패기는 좋지만 경험이 부족한 반짝스타 오타멘디, 체력적 한계에 힘겨워하는 데미첼리스, 피지컬만 괴물인 망갈라. 콤파니가 없는 중앙수비수 어느 누구도 시티의 수비를 책임지기엔 부족한 부분이 뚜렷한 모습이다. 


수비진의 소통 결여.. 속 터지는 조하트
아르헨티나 듀오 오타멘디와 데미첼리스는 영어를 전혀 구사하지 못한다. 이는 수비를 하는데 있어서 큰 장애가 되고 있다. 그나마 망갈라는 영어로 소통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공격진들은 서로 몇번 발을 맞추기만 하면 멋진 득점 장면을 연출할 수 있어도 수비수들은 그렇지 않다.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서만 안정적인 수비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수다스러워야 하는 포지션이 수비수라고 볼 수 있다. 최후방에서 조하트가 오타멘디와 데미첼리스에게 수비방식과 방향을 큰소리로 전달해도 알아듣지 못하니 수비진의 불협화음 문제가 발생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콤파니가 빠진 수비라인에는 조하트와 소통을 해서 근처 동료 선수에게 지시를 내릴 선수가 없다. 이러한 의사소통 결여가 수비불안이란 결과를 낳았다. 더욱이 오타멘디와 데미첼리스는 수비를 지휘할만한 리더십이 뛰어난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설령 있더라도 동료들과 소통이 안되기 때문에 이를 최후방에서 지켜보는 조하트의 속이 까맣게 탈 수밖에 없다. 결국 조하트에게 돌아가는 부담감이 커졌다. 공격수가 골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처럼 골키퍼는 무실점. 즉 골든글러브의 자격조건이 되는 무실점 경기가 많아질수록 동기부여가 되는 건데, 지난 5년 간 4회의 골든글러브를 차지하며 EPL 최고의 골키퍼에 오른 조하트가 현재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은 아르헨티나 듀오 수비수의 잔실수 때문에 직접 뛰쳐나가 볼을 처리하는 횟수가 늘었고 짜증스런 표정도 많아졌다. 얼마나 수비수를 못 믿겠으면 골문을 비워두는 그런 위험한 행동을 할까. 이런 행동은 수비수에 대한 일종의 불만표시다. 데미첼리스는 곧 팀을 떠나겠지만, 오타멘디는 계속 팀에 잔류하려면 영어를 익혀야 할 것이다.
  

펠레그리니 감독의 편식축구
펠레그리니 감독이 비야레알과 말라가에서 보여준 뛰어난 성적을 거둔 것에 축구팬들이 과대평가를 하고 있다.  안첼로티,펩,무리뉴처럼 좋은 환경에서 줄곧 잘난 감독보다 펠레그리니처럼 다소 열악한 환경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낸 감독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다. 닥치고 공격을 선호하는 펠레그리니 감독의 축구 철학은 우승 타이틀을 노리는 팀에겐 적합하지 않다. 우승 후보팀은 공격과 수비 균형이 잘 맞아야 한다. 펠레그리니 감독의 닥치고 공격 축구철학은 중상위권팀에게 요구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팀들은 매번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보니 최대한 골을 넣는 데에 집중해야만 최소 무승부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상위권 팀들이 승점을 따내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닥치고 공격이다. 펠레그리니 감독은 비야레알과 말라가에서 보여준 공격 편식축구를 맨시티에서도 한다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맨시티를 맡은 후로 순식간에 수비력이 허물어졌고 어처구니없는 실점 장면이 많아졌다. 공격수와 공격에 가담하는 미드필더들의 수비가담은 만치니 때보다 훨씬 떨어졌으며 수비수들의 공격적인 움직임도 많아졌다. 결국 맨시티는 공격과 수비에 균형이 깨진 팀으로 전락한 것이다. 만치니의 맨시티는 견고한 수비조직력을 바탕으로 공격을 풀어나갔기 때문에 상대팀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전원수비 무승부 작전뿐이었어서 맨시티를 상대로 전원수비를 선보였지만, 펠레그리니의 맨시티는 수비에 쏟을 힘을 공격에 더 집중하는 공격지향 축구이기 때문에 상대팀에게 겨뤄볼만한 이미지를 심어주게 됐고 호시탐탐 맨시티의 수비 빈틈을 노리고 있다. 리그 상위권 유지하고 챔스 16강에 진출했더라도(우승을 하더라도) 팀 전력을 드러다보면 균형 깨진 전력으로서, 펠레그리니 감독이 맨시티를 망치고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C'mon Cityyy





[맨체스터시티]


  더비는 양팀 간의 숙명적인 라이벌전이다. 역사적으로 양 팀의 이해관계에서 만들어진 거기 때문에 단순히 승점만 걸린 문제의 경기라고 봐선 안된다. 승점 이상의 의미가 있는데, 오죽하면 경기 결과에 따라 팬들의 그날 컨디션에 변화가 생길까. 성적부진으로 경질설에 시달리는 펠레그리니도 더비전 승리를 기대했을 테지만, 보기 좋게 패했다. 필자는 펠레그리니가 조기 경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맨유가 이기기를 크게 바랐었고, 그런 의미에서 스포츠복권 프로토에 맨유 승을 추가로 넣어 구매하기도 했다. 

  맨유에게 패한 펠레그리니 경질은 기정사실화된 셈이다. 조기 경질이 안된다면 이번시즌을 끝으로 맨시티 감독직에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마땅한 대체자가 없어 경질만이 해답이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하는 순진한 팬들이 있는 것 같은데, 맨시티 클럽팀 정도면 사실 구하다면 얼마든지 괜찮은 감독을 데리고 올 수 있다.

  성공적인 리빌딩과 성적을 동시에 내는 감독은 극히 드물다. 맨시티의 보드진이 리빌딩 범위를 어떻게 정해주느냐가 관건이겠지만 현재로선 공격수부터 수비수까지 전체적 리빌딩이 필요한 상황이다. 시메오네·과르디올라·안첼로티 등 스타급 감독들이 맨시티의 러브콜에 선뜻 긍정적인 대답을 못해주는 이유가 바로 그런 맨시티의 상황 때문이다.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한 맨시티의 사정을 모르지 않을 터. 리빌딩이 필요한 팀을 맡을 경우엔 잘해봐야 본전이다. 예전 인터밀란에서 경질당한 후의 만치니처럼 재기를 꿈꾸는 감독에겐 천금같은 기회일지도 모르지만, 한창 잘나가는 스타급 감독들이 괜한 모험을 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필자 생각에는 고꾸라진 도르트문트의 클롭 감독에게 계속 추파를 던진다면 끝내 덥썩 물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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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빌딩이라면 만치니를 거론 안할 수가 없다. 만치니 경질이 아쉬웠던 건, 팬들은 축구 게임의 영향 때문인지 경기력만 놓고 경질이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필자가 왜 아직도 '만치니 만치니' 노래 부르며 자주 그를 거론하는 이유는 맨시티 감독 역사상 '조 머서' 다음으로 맨시티를 구석구석 잘 이해한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팀의 뼈대를 만들어 여기에 살을 붙히는 작업을 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데리고 온 스태프들과 함께 엄청난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치키와 페란이 맨시티에 오고나서부터 자신들의 수완을 증명하고자 감독 교체를 먼저 행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만치니를 경질시킬 명분을 만들려고 일부러 선수영입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었다. 이러한 불리한 여건에서도 만치니는 경질시즌에 FA컵 결승전에 진출했었고, 리그 2위로 마쳤다. 현재 펠레그니와는 딴판이었다. 지금도 만치니가 팀을 이끌고 있었더라면 데미첼리스·페르난두·망갈라 같은 괴상한 선수를 영입하지 않았을 것이고, 젊지만 유능한 선수들로 점진적인 리빌딩을 계속 해나갔을 게 분명하다. 유망주 육성에도 펠레그리니보다 유연한 태도를 취했을 거라고 본다. 아무튼 치키와 페란이 나쁜 새끼들이다.


  누가 맨시티 감독으로 올지 몰라도 그 감독의 역할은 하나다. 리빌딩! 앞으로 우승 경쟁팀인 첼시·맨유·아스날은 전력보강만 이루면 그만이겠지만, 맨시티는 사뭇 다르다. 팀 리빌딩이 장기간 프로젝트 성격이 강하고 어쩌면 실패로 끝날 수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새로 개정되는 홈그로운 정책에 어긋나지 않으려면 확실히 맨시티가 첼시·맨유·아스날에 비해 불리한 상황에 놓인 것이 사실이다.


  맨시티를 서포트하는 팬들의 역할도 하나다. 지켜보는 것! 맨시티가 사람이라면 리빌딩이 한마디로 큰 수술을 받는 것이다. 리빌딩하는 과정에서 성적부진이 일어나거나 다른 문제들로 팬들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다. 이에 버럭하지 말고 끊임없이 서포트를 해주며 묵묵히 지켜봐주는 기다림이 필요할 시기가 가까워졌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면서, 향후 몇 년 간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나 리그 우승은 여러분이 즐겨하는 게임에서나 대리만족하길 바란다.


C'mon City




[맨체스터시티]


펠레그리니가 맨시티 지휘봉을 잡고부터는 공격수와 미드필더의 수비가담이 눈에띄게 덜해졌다. 수비는 전적으로 중앙수비수의 몫이 됐다. 상대 진영 깊이 수비라인을 올려 공격적으로 강한 압박을 추구하는 펠레그리니의 축구 방식에선 중앙수비수 스스로 기본적인 수비력은 물론이거니와 수비형미드필더가 갖춰야 할 수비압박과 빠른 상황 판단력도 필요하게 됐다. 이것이 지금 맨시티의 수비적인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문제의 중심에 콤파니와 망갈라가 있다(데미첼리스는 말할 가치가 없으니 제외). 이들은 실시간으로 경기 흐름이 바뀌는 상황을 다각도로 살펴 신속히 대처하는 능력이 좋지 못하다. 그래서 수비라인을 올려 공격하는 중에 상대 팀이 갑작스럽게 역습해 들어오면 콤파니와 망갈라가 두뇌회전이 느리다보니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여 실수를 범하거나 동선이 겹쳐서 수비라인이 무너지는 장면을 자주 보여준다.


콤파니가 수비수론 대단히 성공했으나 불과 몇년 전만하더라도 원래 포지션이 수비형미드필더였다. 수비형미드필더로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수비형미드필더 역할이 팀 전형 중심에서 믿음직스런 플레이를 펼쳐야 하는 포지션인만큼 경기 흐름을 읽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이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축구지능이 좋지 못한 거다. 일상에서도 그런 사람이 있지 않은가. 회사에서 갑자기 여러 업무를 부여받을 때, 일의 순서를 차분히 생각한 다음 정해진 시간에 무사히 소화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마음만 조급해져 온종일 버벅거리다가 시간만 보내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콤파니가 바로 버벅거리는 유형이다. 그에겐 잠시라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후방에서 제한적인 활동을 하며 전방에 일어나는 상황을 주시해 '내가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생각한 후 행동으로 옮기는 시간 말이다. 그래서 만치니 전 감독이 그의 단점(상황단판,순발력)을 감추고 장점(피지컬,대인방어)만 최대한 살리려고 수비수로 변신시켰던 것이다. 망갈라도 콤파니와 거의 흡사한 유형인데, 애석하게도 펠레그리니가 이들의 단점을 노출시키고 장점을 감춰버리고 있는 중이다.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할 건 콤파니 기량이 떨어진 것이 아니고 망갈라도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펠레그리니 체제에선 그 어떤 수비수도 안정적인 폼을 보여주지 못할 거라 감히 확신한다. 공격은 공을 잘 다루는 선수들로 구성하면 저절로 그럴듯한 공격이 펼쳐지지만, 수비는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감독의 능력에서 나온다. 수비야말로 조직력을 판단하는 아주 기본적인 잣대가 아닌가. 선수의 장단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은 펠레그리니의 잘못이 매우 크다.


생각할수록 참으로 무책임한 감독이다.


C'mon City





지난날 만치니가 감독이던 시절, 1군 주전에 쓸 주전급 선수와 더불어 특별히 신경썼던 부분이 바로 유망주 영입이었다. 비록 FFP재정룰과 잉글랜드 유망주 보호 정책에 의한 것이었지만, 재임기간 유망주에 각별히 신경쓴 건 사실이다.

만치니는 다소 비중이 낮은 리그컵 경기에 20세 이하 유망주들을 적어도 두명 이상을 출전시켰다. 2010년 웨스트브롬과의 리그컵 경기에선 무려 5명이나 선발출장시키기도 했는데, 이 경기서 2-1로 패했지만 유망주에게 기회를 준 선택에 대해 팬들과 언론에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비난의 목소리를 보낸 사람들은 그저 패한 결과만을 확인한 축구팬들 그리고 다른팀 팬들뿐이었다. 그렇다고 만치니가 유망주 관리를 아주 잘했다는 건 아니다. 최소한의 배려를 해줬다는 점이다.

그런데 펠레그리니는 유망주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감독이다. 맨시티라는 팀을 유망주들의 무덤이란 이미지로 만들고 있다. 유망주에 관심을 주기는커녕 그들 스스로 장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게끔 만들어 마음속에서 팀을 떠나게 만든다.


펠레그리니가 부임시즌에 리그컵 트로피를 들어올려 여러 맨시티팬들이 즐거움에 흠뻑 빠져 정작 그의 문제점을 인지 못한 것 같은데, 리그컵 우승 이면을 살펴보면 참으로 씁쓸하다. 팀에겐 영광을 안겨준 건 고마운 일이나 리그컵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과정을 거친 여러 경기에 유망주들을 활용하지 않아서 이에 대해 유망주들의 실망감이 대단했다.

물론 감독 입장에선 부임 시즌이었으니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리그컵이 유망주들에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는 대회인가. 성인무대 데뷔를 꿈꾸고 1군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대회가 아닌가. 그래서 강팀들은 리그컵을 통해 유망주들을 출장시킨다. 이것이 관례처럼 내려오고 있는 것인데, 바로 펠레그리니가 유망주들의 천금같은 그런 기회를 박탈했고 무시해버렸다. 한마디로 리그컵 트로피를, 앞으로 팀의 미래를 이끌지도 모르는 유망주들의 팀에 대한 충성심 신뢰감과 맞바꾼 셈이다.


자꾸만 유망주를 등한시한다면, 팀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위험을 초래할 것이다. 유망주는 팀의 뿌리같은 존재다. 이를 가볍게 여기고 자신의 커리어만 생각하려는 감독에게서 어떻게 답답함을 느낄 수 없겠는가. 진심으로 맨시티팬이라면 쉽게 간과해선 안될 문제라고 본다.


앞으로 잉글랜드 축구협회에서 홈그로운 제도를 개정하겠다고 밝혀 유망주 육성이 더욱 까다로울 전망이다. 나중에 맨시티가 그런 제도 때문에 자칫 어려움에 빠질지도 모르니 어린 싹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좋은 거름을 주며 양지바른 곳이 돼줘야 한다.



C'mon City





지난 2년 간 펠레그리니가 임대 영입을 제외하고 완전영입한 선수들을 나열해보면 네그레도·요베티치·보니·나바스·수쿨리니·페르난지뉴·페르난두·망갈라·사냐·데미첼리스·카바예로 등이다. 공격수 3명, 미드필더 4명, 수비수 4명(골키퍼포함) 등 총 11명인데 이들을 가지고 팀을 어거지로 만든다면 백3 전형으로 한 개의 팀을 구성할 정도다.

그렇다면 펠레그리니가 영입한 선수 중에 제역할을 하는 선수가 몇이나 되는지 곰곰히 생각해보자. 필자는 딱히 떠오르는 선수가 없다. 그래도 굳이 한명을 꼽자면 그.나.마 나바스만이 자신의 가치를 근근히 증명하고 있다고 본다. 나머지 선수들은 정말로 "글쎄올시다"다.


펠레그리니의 선수영입이 왜 실패했는지 시즌 성적을 살펴보면 그렇다는 걸 알 수 있다. 영입 선수들의 경기력을 일일이 다 써내려갈 수 없으니, 선수 영입으로 팀의 전력이 강화되고 전술적 완성도가 가장 잘 드러나는 시즌 초반 성적을 살펴보겠다. 선수를 영입했다는 건 둘 중 하나다. '전력 보강이냐' '스쿼드 보강이냐'  그렇다면 맨시티는?

 
펠레그리니 부임 시즌 2013/14

시즌초반 10경기  6승 1무 3패 26득점 11실점

영입(겨울X) - 페르난지뉴, 나바스, 네그레도, 요베티치, 데미첼리스
방출(겨울X) - 콜로투레, 테베즈, 마이콘 ; 2군 웨인브릿지, 산타크루스

만치니가 경질되자마자 일찍이 맨시티 감독에 내정. 라 리가에 뛰는 선수를 대거 의리 영입하며 팀 선수단에 활력을 불어넣음. 다량 득점으로 팬들의 마음을 얻기도 했지만, 필자와 같은 다수의 맨시티 팬들에겐 수비 조직력이 퇴보된 거에 대해서 펠레그리니의 축구가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냄. 그래도 부임 데뷔 시즌이니 자신만의 색깔을 내기엔 시기적으로 부족하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냥 지켜보기로 함. 시즌 초반 수비 불안이 따랐고, 공격을 최선의 수비로 두면서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 시즌 중반으로 접어들어 경쟁팀들이 선수부상과 피로에 허덕일때 맨시티는 더블스쿼드라는 강점에 힘입어 막판뒤집기 리그 우승 및 리그컵 우승


펠레그리니 부임 2년차 2014/15

시즌초반 10경기 5승 3무 2패 22득점 9실점

영입(겨울X) - 사냐, 페르난두, 카바예로, 수쿨리니, 망갈라, 람파드
방출(겨울X) - 레스콧, 가레스배리, 판틸리몬, 잭로드웰, 하비가르시아, 후즈

지난시즌에 노출된 수비와 조직력 불안을 해결해야 하는 펠레그리니가 수비쪽 영입에 비중을 둠. 하지만 막상 경기에선 그런 문제의 보완점(전술)이 드러나지 못하고 계속 수비조직력 불안이 드러남. 선수영입만 했을뿐 맨시티의 불안 요소를 전술적으로 해결하지 못했고, 대신에 좀 더 공격적인 축구를 선택. '한 골 먹히면 두 골 넣으면 된다'라는 본프레레식 인터뷰를 하며 스스로도 수비조직력 보완 실패 인정....그리고 이렇게 지금까지 진행 중. 리그컵,FA컵 탈락,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탈락, 리그에선 첼시와의 승점 6점차(첼시 1경기 덜 뛰어 9점차까지 벌어질 수 있음)



첼시의 무리뉴 부임 시즌 2013/14

첼시의 무리뉴 부임 2년차 2014/15

무리뉴는 부임 시즌에 기존의 첼시가 가지고 있던 문제점을 시간이 부족해 해결하지 못했지만, 이런 폼으로 한 시즌을 보내고 비로소 비시즌을 통해 선수를 영입함으로써 전력보강 및 전술적인 완성도를 높임. 이번 시즌 초반 10경기에서 패가 없을 정도로 지난시즌에 비해 눈에 띄게 발전



펠레그리니와 무리뉴는 같은 시기에 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맨시티와 첼시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은 확연히 다르다는 인상을 준다. 첼시는 강해졌지만, 맨시티는 제자리 걸음이다. 첼시의 무리뉴가 선수영입한 건 전력보강이었고, 맨시티의 펠레그리니는 그저 스쿼드 보강에 불과하다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감독은 부임 2년차에 접어들면 비로소 자신의 능력을 평가받게 되는데, 이때부터 감독의 색깔이 팀에 녹아들기 때문이다. 근데 어쩌면, 지금의 맨시티 모습이 펠레그리니의 진짜 색깔일지도 모르겠다.


페란과 치키가 맨시티를 떠나지 않은 한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들이 영입될 게 분명하다. 그래서 화려하지 않더라도 팀을 하나로 만들어 공수에 끈끈한 조직력 축구를 구축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묵직한 감독이 맨시티의 지휘봉을 잡아야 한다.


바르셀로나가 되려 하지 말고 맨시티만의 축구를 창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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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라인 형태(백4 또는 백3)를 기본으로 해서 포메이션이 만들어진다. 수비를 먼저 신경쓰고 공격은 그 다음에 생각할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감독의 역량은 그 팀의 수비조직력에서 드러난다. 이러한 조직력을 만들 줄 모르는 감독 중에 칭송 받는 감독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무리뉴,시메오네,안첼로티,과르디올라 등의 현재 유명 감독들 모두 수비조직력에 대단한 능력을 갖췄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날카로운 역습이나 패싱플레이 등 공격을 풀어나갈 때 저마다 공격스타일이 달라지는 것뿐이다. 공격을 잘하는 감독은 팬들에게 매력적인 감독이고, 수비를 잘하는 감독은 팀에게 좋은 감독이며, 수비와 공격을 모두 잘하는 감독은 팀과 팬들에게 훌륭한 감독이다.

작년 여름, 매력적인 감독인 펠레그리니가 맨시티 지휘봉을 잡고나서 공격수(네그레도)와 미드필더(나바스,페르난지뉴)를 보강했다. 수비는 레스콧을 못 믿어워 데미첼리스를 영입했는데, 그전 3시즌 동안 리그 최소실점할 정도였으니 딱히 수비를 손댈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2011/12시즌부터 맨시티의 발목을 잡았던 상대팀의 전원수비 전술을 뚫어낼만한 공격력이 필요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라는 마음에 펠레그리니를 택한 것도 있지만, 상대의 침대식 축구를 극복할만한 파괴적인 공격력을 만들어 줄 거란 기대감도 그를 선택한 이유였다. 

확실히 펠레그리니는 공격을 좋아한다. 선수의 역할과 전체적인 움직임을 볼 때 만치니 때보다 공격이 매끄러워졌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굉장히 불안한 축구를 한다. 전술적 안정감이 없다는 말인데, 공격수와 2선 미드필더들이 예전보다 수비가담을 적게하면서 수비는 수비수만의 몫이 되었고, 그나마 중앙미드필더가 수비 시 중심을 잡아주려고 애써준다.  

공격적인 성향의 선수는 공격에 더 집중하고 수비적인 선수는 수비에 더 집중하라는 게 펠레그리니 스타일이다. 공격과 수비가 팀으로서 움직여져야 끈끈한 조직력이 갖춰져 전술적 안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지만, 펠레그리니는 공수 경계를 나누다보니 가장 민감한 부분인 수비가 약해지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공격은 어느 정도 선수빨로 풀어나갈 수 있어도 수비는 선수 모두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지난시즌에 공격과 수비가 따로놀며 조직력이 깨졌음에도 리그 우승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두터운 선수층 덕분이었다. 작년, 겨울로 접어들면서 다른 팀들 대부분 부상자가 속출하고 피로도가 점차 누적되어 팀 발란스가 무너지는 상황에 직면했다. 더블 스쿼드를 갖춘 팀은 정규리그와 같은 장기레이스에 그 진가가 나오는데 맨시티가 그랬다. 시즌 초반엔 죽쓰다가 11월 말부터 이듬해 1월 말까지 리그 12경기에서 11승 1무의 성적을 내며 8위에서 1위 자리에 올랐던 것이다.

시즌 초반부터 연승하다가 박싱데이가 가까워지면서 급격히 무너지는 게 바로 스쿼드가 약해서다. 예전에 아스날이 그랬고, 뉴캐슬도 토트넘도 그랬다. 지금은 사우스햄튼이 잘나가고 있지만 이제부터 서서히 승점을 쌓는 데 어려워질 거고, 맨시티가 2위 자리에 올라서 첼시와 선두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매우 크겠다. 

우승을 경쟁하는 팀들은 서로를 의식하며 단점을 보완한다. 예를 들어 맨시티는 강력한 우승 라이벌로 꼽는 첼시와 아스날의 전력을 분석하여 전력을 보강하고 전술적 약점을 보완해야만 우승을 노릴 수 있고, 이건 그 팀들도 마찬가지다. 맨시티를 꺾어야만 우승할 수 있으므로 철저히 분석한 뒤 전략을 세운다. 이번시즌엔 첼시의 무리뉴 감독이 경쟁팀의 전력을 잘 살피면서 약점을 보완하고 전술적 완성도를 높여 지금 연승이라는 결과를 내는 중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펠레그리니는 자신이 부임하고서 약해진 수비조직력을 선수에게 맡겨 해결하려고 한다. 페르난두와 망갈라를 영입한 건 좋지만, 그들의 능력을 팀에 조직화시키지 못하고 개인 능력에만 의지하고 있다는 인상을 경기에서 보여주고 있다. 데미첼리스를 기용하면 폭탄을 안고 가는 불안한 느낌이다. 개선된 게 아무것도 없다. '한 골 먹히면 두 골 넣으면 된다'라고 인터뷰할 정도로 자신이 공격을 좋아하는 감독임을 밝혔었으니, 그런 감독에게 조직력 향상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는 것이 어쩌면 잘못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팀이 더 발전하기 위해선 감독 교체는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만치니와 펠레그리니의 시즌 초반 리그 11경기까지 성적 흐름을 살펴보면서 이글을 마친다. 

만치니의 본격적인 첫 시즌(2010/12) 리그 11경기 : 본격적으로 팀 리빌딩을 하며 시즌이 끝날 때까지 매일 조직력 훈련을 강행

만치니의 2년차 리그 우승 시즌(2011/12) 리그 11경기 : 조직력이 눈부시게 향상되면서 시즌 초반부터 무패행진

만치니 3년차 경질 시즌(2012/13) 리그 11경기 : 지난시즌 겨울에 수비수 줄부상으로  잠시 주춤한 적이 있었으므로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을 대비하여 여름 비시즌 동안 백3전형 훈련 실시. 다소 모험적이었으며, 시즌초반에는 실전에 선보였으나 실패

펠레그리니 데뷔 시즌(2013/14) 리그 11경기 : 데뷔시즌이라 적응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즌 초반 성적부진에 대해서 당연한 일이라고 받아들임. 하지만 하루 아침에 수비력이 약해진 거에 의아할 수밖에 없었는데, '더블스쿼드+득점력'으로 그런 문제를 극복하며 리그 우승

펠레그리니 2년차 이번시즌(2014/15) 리그 11경기 : 데뷔시즌과 달라진 게 없고, 여전히 공격에 치우친 전술로 수비가 불안. 전술적 안정감을 주는 감독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고 있음. 만치니 때는 팀이 발전하는 모습이 뚜렷했지만, 펠레그리니는 팀 발전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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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휴즈 시절(2008년 6월~2009년 12월)

그의 임무는 팀을 발전시키는 것
 
08/09 - 팀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라(실패)
09/10 - 팀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라(실패) 

마크휴즈가 한 시즌 반을 맨시티 감독으로 있으면서 팬들과 수뇌부들이 바랬던 건 우승이 아니었고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순위에 드는 것도 아니었다. 당시 맨시티는 그런 목표를 세울 만한 위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강등권에 안정적으로 벗어나서 예전보다 나은 성적을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마크휴즈라는 감독으로서의 낮은 명성과 클럽 인지도 부족이 맞물리다보니 흔히 말하는 에이급 선수들을 영입하지 못하여 여러 젊은 선수들을 영입했다. 당시 스타플레이어 호빙요와 테베즈가 영입됐긴 했지만, 그들이 소속팀과의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걸 기회로 삼아 수뇌부들이 영입에 나섰던 것이다. 마크휴즈는 스타플레이어 선수 영입을 꺼려했다. 그런 선수를 다룬 적이 없어서 영입에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였다.

여러 선수들을 영입한 결과 선수층은 두터워졌는데, 정작 팀을 완성시키는 데는 실패하여 마침내 2009년 12월에 경질됐다. 당시 순위를 보면 5~6위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4위권을 노리는 상황이었다. 리그 우승이 목표가 아니었고 의무적으로 4위권에 진입해야 하는 위치에도 있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히 그런 순위에 있다는 이유로 경질된 것은 아니었다. 도저히 이유를 알 수 없는 선수 영입과 선수들과의 불화 등 복합적인 문제로 인해 보드진과 팬들에게 신임을 잃던 중 리그 7경기 연속 무승부라는 저조한 성적이 결국 강력한 경질 명분으로 만들어져 감독직에 물러나게 된다. 마크 휴무라는 별명이 생긴 것도 이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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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치니 시절(2009년 12월~2013년 5월)

그의 임무는 리빌딩에 성공하고 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것
 
09/10(12월) 데뷔시즌 - 팀을 안정시켜라(달성) 
10/11 - 안정된 팀 리빌딩(달성), 챔피언스리그 티켓 획득(달성)
11/12 - 리그 우승 도전(달성), 챔피언스리그 16강(실패)
12/13 - 리그 우승 도전(실패), 챔피언스리그 16강(실패) 

경영진은 마크휴즈 후임으로 히딩크와 벵거를 원했지만 이들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딱히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팀을 떠날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감독 후보자 3지망으로 점찍었던 만치니를 데려오게 된다.

그에게 내린 과제는 마크휴즈가 무분별하게 영입한 선수들을, 즉 선수단을 점진적으로 정리하고 하루 빨리 팀을 안정시켜서 2년 안에 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것이다. 만치니는 부임하자마자 은퇴를 앞둔 비에이라를 데려왔고 콤파니를 수비수로 변신시키는 등 사실 별 것도 아닌 변화를 줬지만 신속히 팀의 경기력에 안정을 이끌어냈다.

맨시티 부임 직후 팀 운영 방향에 대해 '이피엘에서 최고의 수비력을 갖춘 조직력이 강한 팀으로 만들겠다'고 밝혔었는데, 팀이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세우고선 약 일 년 동안 강도 높은 조직력 훈련을 실시했다. 얼마나 훈련이 심했냐면은 시즌 중에도 어김없이 진행됐고, 경기 전날에도 훈련량이 많아서 몇몇 선수들이 언론과의 인터뷰에 공식적으로 불만을 털어놓기까지 했었다. 특히 테베즈가 유독 강한 불만을 토로했었다. 어쨌든 만치니의 약속은 지켜졌다.

두 시즌 동안 FA컵과 리그를 우승하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그리고 세시즌(10/11,11/12,12/13) 연속 리그 최소실점팀으로 만들어서 조하트가 두 시즌 연속 골든글러브(리그에서 무실점 경기수가 가장 많은 골키퍼가 수상)를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었다.

하지만 유럽대항전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한 데에 아쉬움을 크게 남겼는데, 챔피언스리그는 그렇다치더라도 한 단계 아래 수준인 유로파에서도 쩔쩔매는 경기력을 보여 팬들을 비롯한 클럽 경영진들에게 상당한 실망감을 안겨줬다. 그러다가 디펜딩 챔피언 시즌에 지금의 흐름처럼 만족스런 성적을 내지 못한 채 무관으로 시즌을 마치자 결국 경질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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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레그리니(2013년 6월~현재)

그의 임무는 리그 우승은 물론 챔피언스리그에 16강 이상의 성적을 내는 것
 
13/14 - 리그 우승 도전(달성), 챔피언스리그 16강(달성)
14/15 - 리그 우승 도전, 챔피언스리그 8강 이상

만치니가 경질되고선 경영진은 라 리가의 말라가에 매력적인 축구를 선보인 펠레그리니를 후임으로서 일찍 내정했다. 시즌이 끝나고 조금 여유롭게 맨시티에 왔는데, 평소 눈여겨 본 나바스와 네그레도를 영입하여 선수단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만치니의 수비적인 축구에 싫증을 낸 팬들은 펠레그리니의 공격적인 축구에 기대가 컷었고 경기에서 그렇게 실현해주기를 바랬었다. 이처럼 펠레그리니는 맨시티가 왜 자신을 선택했는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공격적인 움직임을 강조했다.

그 결과 부임 데뷔시즌에 리그 최고 득점을 기록하면서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과 더블(리그,리그컵)을 달성했다. 이와 같이 훌륭한 데뷔시즌을 보냈지만 2년차에 접어든 지금은 만치니 시절의 디펜딩 챔피언 시즌처럼 성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세 감독에 의한 맨시티의 변화를 요약하자면, 마크휴즈가 이런저런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거품 낀 팀으로 만들어 실패하다가, 만치니가 오면서 팀 리빌딩이 제대로 이루어져 리그 우승을 하는 등 강팀 위치에 올랐지만 그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펠레그리니는 기대에 부응하는 성적을 냈더라도 앞으로 팀이 발전하는 데 있어서는 만치니처럼 그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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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클럽마다 유소년 팀이 있다. 어린 선수들이 프로 선수로 성장할 수 있게끔 가르친다. 발전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가 있으면 1군팀에 합류시키거나 타팀에 임대를 보내지만, 더 이상 팀에 도움이 되지 않다고 보여지면 최악의 경우엔 무적 방출된다. 그들은 재능도 중요하지만 엄청난 노력을 해야만 1군팀 선수로서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다. 아무리 꼴찌팀일지라도 선발 명단에 포함된다는 건 프로 선수를 꿈꾸는 어린 선수들에겐 그들이 존경의 대상일 것이다. 훈련병이 이등병을 우러러 보는 것처럼 말이다. 

유망주의 중요성은 모든 클럽들이 인지하지만, 유독 자본이 유입되는 곳은 유망주 정책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돈이 따르는 만큼 성과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재정이 좋지 못한 팀들은 선수 영입을 입맛대로 할 수 없어서 하는 수 없이 유망주 키우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데, 꾸준히 출장 경험을 주다보니 어느샌가 빅클럽들이 탐낼만큼 좋은 선수로 발전하는 경우가 생긴다.

재정적 페어플레이(FFP)룰 덕분에 빅클럽들이 예전보다 어린 선수에게 관심을 더 가질 수밖에 없게 됐고, 맨시티도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서 몇 년 전부터 재능있는 어린 유망주들을 일찍이 유소년 팀에 입단시키 데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론 앞으로 그들이 팀에 남을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펠레그리니 감독은 감독 이상의 권한을 조금씩 행사했던 만치니와 달리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만을 행사하려는 안정주의적인 자세로 팀을 관리한다. 유망주 활용에 대해선 만치니가 훨씬 과감하고 적극적이었다.

펠레그리니가 맨시티 감독으로 부임할 때 '유망주 육성에 힘쓰겠다'는 계획이 아직도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아서 실망하는 팬들이 생기고 있다. 그 스스로 유망주 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알겠지만, 지금은 유망주를 신경 쓸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자신의 이력 관리에 관심이 많고, 클럽에 트로피 같은 성과를 내놓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경영진의 눈치를 살살 보는 인상을 준다. 부임한 지난시즌부터 리그컵 경기에 주로 주전선수로 구성한 걸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어린선수들이 성인무대를 부담없이 밟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리그컵 경기다. 리그컵은 비중이 낮은 대회이기 때문에 어린 유망주들의 프로 데뷔 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생일 기념으로 프로 데뷔를 시켜주기도 한다. 이건 스쿼드가 두터운 강팀들 사이에서 무언의 약속처럼 돼 버린지 오래인데, 이렇듯 리그컵이 다소 편안한 성격의 대회다. 

타팀에 임대라도 가지 못하면, 일년 동안 공식적인 성인 무대에 나설 기회가 좀처럼 쉽게 오지 않는다. 이렇게 일년에 한번 찾아오는 기회를 이번시즌엔 박탈당했다. 프로 데뷔전을 가져 기량을 뽐내고 싶어하는 유망주들을 이번시즌 리그컵 경기에 충분히 기회를 얻지 못했으니 그들이 감독과 팀에 대해 얼마나 실망이 컸을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첼시의 유망주 관리 실패를 교훈삼아 동일한 실수를 해선 안된다. 첼시는 구단주가 지나칠 정도로 성과를 중시하기 때문에 그간 거쳐온 감독들이 유망주를 제대로 활용할 수가 없었다. 팀의 성적을 우선순위에 두어 유망주를 살필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첼시의 전철을 맨시티가 밟는 중인데, 이제부터라도 주의해야 한다. 

자꾸만 유망주를 등한시한다면 맨시티 유소년 팀에 입단을 준비하는 어린 선수들이 과연 이 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될까? '축구 환경 조건이 잘 갖춰졌으니 여기서 축구를 배워 나중에 다른 팀에 이적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가지지 않을까. 어린 선수들이 클럽에 대한 충성심이 없어지면 그 클럽 정체성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이기는 경기에 한해서 적극 교체 기용하여 유망주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일부러라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기회를 못 줘 다른 팀에 '죽 쑤어 개 좋은 일'을 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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