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시티]


멋진 승리다. 아쉽게도 경기를 제대로 보진 못했다. 운전 중에 핸드폰으로 경기를 보다가 어제 판교에서 환풍구 붕괴사건이 떠올라 경기 보는 것을 그만뒀기 때문이다. 운전 중 딴짓하는 나의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혹시라도 남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사거리에서 신호에 걸릴 때마다 재빨리 경기를 보긴 했는데, 운 좋게도 골 터지는 장면이 나와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5-1, 3-2, 2-1, 6-0, 5-1 그리고 4-1. 지난 2011년부터 오늘 경기까지 토트넘을 상대로 승리한 스코어다. 토트넘에겐 맨시티는 정말 얄미운 팀일 것이다. 이런 관계는 사실 오래 되지 않았다. 한두 시즌 전이었을까, 토트넘이 연승을 달릴 때 제동을 건 팀이 맨시티였다.

반대로 맨시티도 토트넘에 대한 기억이 좋은 편은 아니다. 지금이야 맨시티 전력이 월등히 우세해서 그렇지 불과 4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토트넘과의 대결은 항상 부담스러웠고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4년 전 시즌 막바지에 리그 4위를 결정짓는 대결에서 패한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고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는다.

오늘 경기에선 아구에로 '왕의 귀환'을 알렸다. 최근 들어 부상 후유증에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늘 경기에서만 무려 4골이나 뽑아내며 '승리의 히어로'가 되었다. 페널티킥 실축만 아니었다면 5골을 기록할 수도 있었다. 4골 중 페널티킥으로만 2골이다. 페널티킥 골을 평가절하하는 축구팬들이 있는데, 이것도 나름 어려운 골에 속한다. 아구에로와 토트넘의 솔다도의 실축만 보더라도 페널티킥이 100퍼센트의 골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러고보면 토트넘의 솔다도는 이번 실축으로 인해 잉글랜드 무대에 자신의 존재가치가 더욱 작아질 듯 하다. 타팀 선수이긴 해도 자신감 상실이 길게 이어질까 걱정이다.

아구에로가 골을 터트린 것도 훌륭했지만, 매순간 움직임이 날카로웠다. 특히 토트넘의 수비수 사이에서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어내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아구에로의 개인능력이 뛰어난 데서 비롯된 걸수도 있겠으나 펠레그리니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이 철저하게 준비를 잘 했다고 볼 수도 있다. 토트넘의 약점을 잘 간파했고, 이를 공격하려는 연구를 A매치 기간 동안 잘 해온 것이다. 감독과 더불어 코칭스태프들의 빈틈없는 경기 준비와 전술적인 부분에서 승리를 거뒀다고 봐도 무방하다.
 

[맨체스터시티]


아구에로 다음으로 승리의 주인공은 조하트다. 조하트는 토트넘만 만나면 야신 모드로 돌변하는 특징이 있다. 2010/11시즌 토트넘을 상대로 개막전을 치렀을 때, 일방적으로 토트넘이 반코트 경기를 펼쳤다. 당시 맨시티 선수들이 신입생들이 많아 하나같이 손발이 맞지 않아서 토트넘의 공격을 막기에만 바빴다. 토트넘은 20개 슈팅을 날렸고, 유효슈팅만 무려 8개였는데 조하트가 아니었더라면 최소 4실점을 했었을 정도로 굉장한 선방을 보였다. 결과는 0-0 무승부였다. 그 이후로도 토트넘에겐 야신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역시나 오늘도 예외가 아니었다. 오늘 경기에서 한골을 내주긴 했지만, 솔다도의 페널티킥과 골문 앞에서 슈팅한 것을 선방하는 등 팀의 승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든 장본인이다. 솔다도의 슈팅들이 골로 이어졌더라면 토트넘이 분위기를 타서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모를 일이다.

맨시티 선수들은 토트넘을 크게 이기면서, 심리적으로 A매치로 인한 피로도가 많이 풀렸을 것 같다. 곧 CSKA모스크바와의 챔피언스 리그 조별 경기를 치르기 위해 이미 겨울로 접어든 러시아로 원정을 떠날 텐데, 오늘 승리의 기운을 안고서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좋은 경기를 펼쳐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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