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시티]


수비라인 형태(백4 또는 백3)를 기본으로 해서 포메이션이 만들어진다. 수비를 먼저 신경쓰고 공격은 그 다음에 생각할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감독의 역량은 그 팀의 수비조직력에서 드러난다. 이러한 조직력을 만들 줄 모르는 감독 중에 칭송 받는 감독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무리뉴,시메오네,안첼로티,과르디올라 등의 현재 유명 감독들 모두 수비조직력에 대단한 능력을 갖췄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날카로운 역습이나 패싱플레이 등 공격을 풀어나갈 때 저마다 공격스타일이 달라지는 것뿐이다. 공격을 잘하는 감독은 팬들에게 매력적인 감독이고, 수비를 잘하는 감독은 팀에게 좋은 감독이며, 수비와 공격을 모두 잘하는 감독은 팀과 팬들에게 훌륭한 감독이다.

작년 여름, 매력적인 감독인 펠레그리니가 맨시티 지휘봉을 잡고나서 공격수(네그레도)와 미드필더(나바스,페르난지뉴)를 보강했다. 수비는 레스콧을 못 믿어워 데미첼리스를 영입했는데, 그전 3시즌 동안 리그 최소실점할 정도였으니 딱히 수비를 손댈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2011/12시즌부터 맨시티의 발목을 잡았던 상대팀의 전원수비 전술을 뚫어낼만한 공격력이 필요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라는 마음에 펠레그리니를 택한 것도 있지만, 상대의 침대식 축구를 극복할만한 파괴적인 공격력을 만들어 줄 거란 기대감도 그를 선택한 이유였다. 

확실히 펠레그리니는 공격을 좋아한다. 선수의 역할과 전체적인 움직임을 볼 때 만치니 때보다 공격이 매끄러워졌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굉장히 불안한 축구를 한다. 전술적 안정감이 없다는 말인데, 공격수와 2선 미드필더들이 예전보다 수비가담을 적게하면서 수비는 수비수만의 몫이 되었고, 그나마 중앙미드필더가 수비 시 중심을 잡아주려고 애써준다.  

공격적인 성향의 선수는 공격에 더 집중하고 수비적인 선수는 수비에 더 집중하라는 게 펠레그리니 스타일이다. 공격과 수비가 팀으로서 움직여져야 끈끈한 조직력이 갖춰져 전술적 안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지만, 펠레그리니는 공수 경계를 나누다보니 가장 민감한 부분인 수비가 약해지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공격은 어느 정도 선수빨로 풀어나갈 수 있어도 수비는 선수 모두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지난시즌에 공격과 수비가 따로놀며 조직력이 깨졌음에도 리그 우승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두터운 선수층 덕분이었다. 작년, 겨울로 접어들면서 다른 팀들 대부분 부상자가 속출하고 피로도가 점차 누적되어 팀 발란스가 무너지는 상황에 직면했다. 더블 스쿼드를 갖춘 팀은 정규리그와 같은 장기레이스에 그 진가가 나오는데 맨시티가 그랬다. 시즌 초반엔 죽쓰다가 11월 말부터 이듬해 1월 말까지 리그 12경기에서 11승 1무의 성적을 내며 8위에서 1위 자리에 올랐던 것이다.

시즌 초반부터 연승하다가 박싱데이가 가까워지면서 급격히 무너지는 게 바로 스쿼드가 약해서다. 예전에 아스날이 그랬고, 뉴캐슬도 토트넘도 그랬다. 지금은 사우스햄튼이 잘나가고 있지만 이제부터 서서히 승점을 쌓는 데 어려워질 거고, 맨시티가 2위 자리에 올라서 첼시와 선두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매우 크겠다. 

우승을 경쟁하는 팀들은 서로를 의식하며 단점을 보완한다. 예를 들어 맨시티는 강력한 우승 라이벌로 꼽는 첼시와 아스날의 전력을 분석하여 전력을 보강하고 전술적 약점을 보완해야만 우승을 노릴 수 있고, 이건 그 팀들도 마찬가지다. 맨시티를 꺾어야만 우승할 수 있으므로 철저히 분석한 뒤 전략을 세운다. 이번시즌엔 첼시의 무리뉴 감독이 경쟁팀의 전력을 잘 살피면서 약점을 보완하고 전술적 완성도를 높여 지금 연승이라는 결과를 내는 중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펠레그리니는 자신이 부임하고서 약해진 수비조직력을 선수에게 맡겨 해결하려고 한다. 페르난두와 망갈라를 영입한 건 좋지만, 그들의 능력을 팀에 조직화시키지 못하고 개인 능력에만 의지하고 있다는 인상을 경기에서 보여주고 있다. 데미첼리스를 기용하면 폭탄을 안고 가는 불안한 느낌이다. 개선된 게 아무것도 없다. '한 골 먹히면 두 골 넣으면 된다'라고 인터뷰할 정도로 자신이 공격을 좋아하는 감독임을 밝혔었으니, 그런 감독에게 조직력 향상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는 것이 어쩌면 잘못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팀이 더 발전하기 위해선 감독 교체는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만치니와 펠레그리니의 시즌 초반 리그 11경기까지 성적 흐름을 살펴보면서 이글을 마친다. 

만치니의 본격적인 첫 시즌(2010/12) 리그 11경기 : 본격적으로 팀 리빌딩을 하며 시즌이 끝날 때까지 매일 조직력 훈련을 강행

만치니의 2년차 리그 우승 시즌(2011/12) 리그 11경기 : 조직력이 눈부시게 향상되면서 시즌 초반부터 무패행진

만치니 3년차 경질 시즌(2012/13) 리그 11경기 : 지난시즌 겨울에 수비수 줄부상으로  잠시 주춤한 적이 있었으므로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을 대비하여 여름 비시즌 동안 백3전형 훈련 실시. 다소 모험적이었으며, 시즌초반에는 실전에 선보였으나 실패

펠레그리니 데뷔 시즌(2013/14) 리그 11경기 : 데뷔시즌이라 적응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즌 초반 성적부진에 대해서 당연한 일이라고 받아들임. 하지만 하루 아침에 수비력이 약해진 거에 의아할 수밖에 없었는데, '더블스쿼드+득점력'으로 그런 문제를 극복하며 리그 우승

펠레그리니 2년차 이번시즌(2014/15) 리그 11경기 : 데뷔시즌과 달라진 게 없고, 여전히 공격에 치우친 전술로 수비가 불안. 전술적 안정감을 주는 감독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고 있음. 만치니 때는 팀이 발전하는 모습이 뚜렷했지만, 펠레그리니는 팀 발전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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