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시티]


점점 사그라지고 있는데 3-4년전만 하더라도 돈시티라는 말이 대부분 축구팬들 입에 올랐다. 맨시티에 대한 이미지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만치니 전 감독의 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루어지던 분위기도 아니었다.

한국에서 하는 경기 중계를 보면 해설자들이 맨시티가 경기를 잘 풀어가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여기면서도, 퍼거슨이나 벵거 같은 감독이 저지르는 작은 전술적 실수를 만치니가 하기라도 하면 심각하게 지적질을 해댔다. 해설자가 맨시티 중계에 대해선 중도를 못 지키며 편파해설을 대놓고 하던 때였기 때문에 이런 해설을 듣고 보는 축구팬들이 선입견을 가지는 것은 당연했다.

많은 축구팬들이 만치니가 소극적이며 새가슴 축구를 한다고 비아냥 거리지만, 꼭 그렇게만 볼 수 없었다. 팀의 체질 개선과 전술적인 다양성을 구축하려는 모험을 감행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유독 이피엘에서만 두드러지는 수비수들의 잦은 부상에 따른 여파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으로서 '백3 수비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시도를 한 것은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팀에겐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콜라로프가 본격적으로 공격적인 임무의 윙백 역할로서 수행한 것도 그때부터다. 백3 시스템을 시도하지 않았더라면 콜라로프는 진작에 세리에A로 이적했었을 것이다. 만치니는 실바, 콤파니, 야야투레, 조하트, 사발레타 등 팀내 선수들의 개인적 장점을 살리는 데 꾸준한 노력을 했고 대부분 성공했다. 

펠레그리니 감독은 기존의 선수들로 운용하고 있다. 전술적 성향은 공격지향이지만 팀 운용에선 안정을 추구한다. 아무래도 레알마드리드에서의 아픈 기억 때문에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말라가에 있다가 맨시티로 오니 좋은 선수들과 두터운 스쿼드에 만족해서 딱히 변화를 줄 생각이 안 들었을 지도 모른다. 기존의 선수들을 중심으로 공격성만 더 부여해서 데뷔 첫시즌에 트로피 두개(리그,리그컵)를 들어올리는 성과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2년차에 접어든 이번시즌엔 다르다. 만치니와 같이 똑같은 2년차 초반부터 삐그덕거리는 모습이다. 13경기 6승 4무 3패. 12/13시즌 만치니 때도 우승 다음 시즌에 13경기 6승 4무 3패였다는 것을 상기해볼 때 확실히 팀에 문제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오늘 리그컵 뉴캐슬전에 선발 명단을 보고선 너무너무 깜짝 놀랐다. 펠레그리니 감독이 어지간히도 급했던 모양이다. 리그에선 첼시가 선두 자리에서 독주 중이고, 챔피언스리그에선 16강 진출이 노란불이 켜진 상황이라서 그런지 아무래도 리그컵 우승을 가장 현실성있는 목표로 정한 것 같았다. 트로피 하나라도 획득하지 못하면 감독직에 물러날 수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그도 잘 알고 있나보다.

골키퍼 카바예로와 수비수 데미첼리스를 제외하고 주전 선수들을 모두 기용했는데, 이건 펠레그리니 감독이 리그 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그런데 소득없이 많은 걸 잃기만한 결과를 낳았다. 맨체스터 더비전을 앞두고 실바의 부상이 발생한 것과 주전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그것이다. 

리그 컵은 평소 출전 기회가 적은 선수를 중심으로 유망주들을 고루 섞어 출전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만큼 중요도가 큰 대회가 아니다. 물론 4강에 진출하면 우승 욕심을 부릴만하지만, 일찍이 전력을 다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풀 전력을 가동한 맨시티가 비중없는 대회에서 그것도 홈 팬들 앞에서 져 탈락하고 말았다. 팀 운영 능력에 대한 비판이 도마위에 오를 수 있다.

만치니 전 감독에 이어 펠레그리니 감독도 한정된 전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이다. 만치니가 수비지향이라면 펠레그리니는 공격지향이라는 차이점만 있을 뿐 기본 폼은 둘 다 똑같다. 맨시티의 부진은 전술적인 문제라기보단 현재 맨시티 선수들로는 세부적으로 다양한 전술을 펼치기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얼마 전 만치니가 '맨시티는 내가 영입한 선수들이 아직도 주를 이루고 있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것은 맨시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펠레그리니 감독에게 완곡한 표현으로써 메세지를 던진 거라고 보여진다.

맨시티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점은 실바에 의존하는 플레이 방식에서 벗어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치니 시절부터 실바를 중심으로 팀 리빌딩이 시작됐는데, 4년 동안이나 이 스타일이 유지 중이다. 감독 교체가 이루어졌음에도 4년 간 맨시티의 색깔은 원색처럼 단조롭다.

그라운드에선 공 주변에 항상 실바가 위치한다. 이건 감독의 주문이고 반복된 훈련을 통해 만들어진 선수들 간의 약속이다. 실바가 플레이메이커로서의 수행 능력은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라지만 언제나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며 꾸준히 활약하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최전방에 아구에로와 제코 등 걸출한 공격수가 날고 뛰어도 실바의 부진에 따라 그들의 득점력에 직간접적인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실바가 부진하거나 부상을 당하기라도 한다면 실바 대체자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데, 이건 팀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 실바 대체자가 필요한 게 아니라 새로운 공격 패턴을 주도하는 선수가 필요하다.
 
바로 위닝메이커다. 플레이메이커가 공격 중심에 서서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동료 선수들의 움직임과 위치를 살피며 빠른 판단을 내려 득점으로 이어질 수 있게끔 공격을 풀어주는 역할이라고 한다면, 위닝메이커는 저돌적으로 상대 수비진에 혼란을 줘서 골을 넣어 팀 승리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거나 이에 상응하는 활약을 해주는데 마치 팀의 분위기메이커 같은 유형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 둘의 성향이 함께 뛰면 그 파괴력은 엄청나다.

발이 빠르고 드리블 돌파가 시원한 윙어(측면포워드)들이 위닝메이커에 속한 경우가 많은데, 내로라하는 강팀들은 위닝메이커를 보유하고 있다. 네덜란드 국가대표팀 및 바이에른 뮌헨의 로벤, 레알마드리드의 호날두,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디마리아 등이 대표적이다. '플레이메이커+위닝메이커' 조합 구성이 좋은 팀은 '괴체+로벤(리베리)'을 보유한 바이에른 뮌헨이다. 팀에 이런 구성은 날카로움(위닝메이커)을 더한 예쁜(플레이메이커) 축구를 구사할 수 있다.

맨시티는 실바와 나스리 등 플레이메이커를 소화할 자원이 있는데 위닝메이커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위닝메이커는 플레이메이커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아 실바(나스리)가 컨디션 난조를 겪더라도 경기력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12-13시즌을 준비하던 만치니가 이런 유형의 선수를 영입하려고 했지만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펠레그리니 감독은 선수단에 큰 변화를 줄 게 아니라면, 위닝메이커 자질이 있거나 그렇게 될 만한 싹수가 보이는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아무쪼록 팀에 좋다. 아님 타팀에 알려지지 않은 팀내 뉴페이스 유망주에게 그런 임무를 부여해서 출전시켜 보는 것도 손해보는 일은 아닐 것이다.


C'mon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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