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정규리그 14경기 12승 2무 0패 기록하며 리그 선두를 달리는 우리가 정작 챔피언스 리그(=챔스)에선 그런 파죽지세 기운을 발휘하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성적으로 챔스 16강 진출 탈락 위기에 놓였습니다.

지난 달 23일 챔스 5일차 나폴리 원정전에서 2-1로 패하게 되어 16강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그날 나폴리를 이겼더라면 16강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었는데요, 지금은 안정을 되찾았으나 그 때는 나폴리에게 패한 아픔이 상당했습니다. 모든 시티팬 여러분도 저와 같은 심정이었을 겁니다. 그 경기에서 후반전 때 카바니의 역전골이 나오자, 기왕 불리한 상황에 처해진 거 동점골을 만들어서 무승부로 끝나기를 바랐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바이에른은 전경기에서 3승 1무를 거두며 16강 진출을 확정, 나머지 한 장의 16강 티켓 주인은 우리보다 승점 2점 앞서는 나폴리가 유리한 상황에 있습니다. 우리는 모레(木) 새벽(한국)에 바이에른과의 챔스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승리해야 하고 나폴리가 비야레알 원정에서 비기거나 져야지만 우리 팀이 16강 진출을 할 수 있습니다. 축구는 공이 둥글어서 경기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스포츠이지만, 올 시즌 비야레알과 나폴리의 전력을 비교해보면 혹시 운 좋게 양 팀의 무승부가 나올지 몰라도 비야레알이 나폴리를 이길 거라고 전망하기 힘듭니다. 우리는 그저 비야레알이 열심히 뛰어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나폴리가 바이에른에 이어 16강에 진출할 경우, 우리는 조3위로 확정되어 챔스에서 쓸쓸히 퇴장 후 유로파리그에 도중 합류합니다. 유로파가 별들의 향연으로 불리는 챔스에 비하면 무게감이 다소 떨어지는 대회입니다. 그러나 가벼운 마음으로 관심을 가지고 대회 진행을 지켜보면 챔스 보다 재밌는 점이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각 리그의 중상위권 팀들이 한 데 모여 벌이는 대회라서 서로 간 전력차가 적다보니 챔스 못지 않게 긴장감 넘치는 경기가 많습니다.

유로파 대회를 통해 각 리그의 축구 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유로파 참가팀들은 각 리그에서 꾸준히 중상위권을 유지한 팀들이 많기 때문에 그 팀들을 상대로 그 리그 및 상위권 팀 전력과 색깔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유로파에서 라치오와 대결을 펼친다면 세리에A를 이해하고 밀란과 유벤투스가 어떨 거라는 것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챔스에서 각 리그의 강팀들을 만나 배우는 것도 좋지만 유로파가 챔스보다 부담없이 즐기는 대회이므로 연습의 장으로 더 좋습니다.


또한 유로파는 우리에게 생소한 클럽들이 많습니다. 그런 팀들을 만나 다양한 축구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다는 건 팀의 소중한 자산이 됩니다. 전술·전략 분석관들이 상대 팀의 전력을 자세히 분석하고 이것을 토대로 감독이 대비를 잘 하더라도 선수들이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이상 그 효과는 미비합니다. 경기 결과를 가져다주는 주체는 선수들이니까요. 선수들이 분석실에서 영상을 보고 브리핑을 듣는 게 머리로는 이해가 될는지 몰라도 스포츠는 몸이 즉각 반응해야 하기 때문에 경험만큼 좋은 것도 없습니다. 이렇게 경험을 갖추게 되면 자연히 자신감이 생깁니다. 올 시즌 우리가 정규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 중 하나가 자신감이죠. 유로파에서 유럽대항전 경험을 더 쌓는다면,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의 포스가 챔스에서도 빠르면 2년 안에 실현될 거라 예상됩니다.


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곳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등고자비(登高自卑)'라는 말이 있듯 우리가 챔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유로파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좋은 선수를 영입하여 그 효과를 정규리그에서 톡톡히 보고 있지만, 국외 무대인 유에파에선 반대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강팀 전력은 갖췄지만 내적인 힘(경험)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아직까지 강팀의 기본적인 틀만 갖춘 것 뿐이죠. 이번 챔스를 통해 그렇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봅니다.


모레면 챔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가 열리는데요, 운이 안 따라 챔스 16강 진출을 못하여 유로파에 합류하더라도 실망할 이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유로파는 우리가 더 발전하는 데 소중한 밑거름이 될 테니까요.


만치니 감독,

챔스 16강에 가려면 바이에른 뮌헨을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그리고 비야레알이 나폴리를 상대로 잘 해줄 거라 믿습니다.

챔스를 떠나더라도 유로파리그에 합류하게 되어 유럽대항전 무대에는 남게 됩니다.

우리는 챔스에서 실수를 저질러 지금의 상황에 처하게 됐지만, 유로파리그에 가면 우승하도록 노력할 겁니다.

올 시즌은 프리미어리그 우승이 목표입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현실적으로 봐야 하는데요, 우리처럼 챔피언스리그에 처녀 출전 팀은 경기서 이기기 힘든 법입니다.

저는 현재 유럽축구계에서 우리보다 전력이 좋은 팀이 바르샤와 레알마드리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열심히 노력하여 2년 안에 그 두 팀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습니다.


C'mon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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